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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2012/01/23 21:35

벌써 두 달 전 일이다. 내가 월급난 지 얼마 안 돼서 오락실에 간만에 출근한 때다. 오락실 가는 길에 유비트라도 한 판 할 심산으로 유비트 앞에서 일단 코인을 꺼냈다.

그러자 옆 테크니카 기계에서 테크니카를 대여하는 노인이 있었다. 테크니카 신작이 나왔길래 신 곡들 채보 좀 풀콤할 때 녹화해도 되겠냐고 부탁을 했다. 300원짜리 한 판인데 값을 200원이나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테크니카 한 판 가지고 값을 깎으려오? 비싸거든 다른 데가 하시오."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보여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문장 MX를 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터치 해보고 저리 터치해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치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딴 곡 보여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체한다. 차 시간이 바쁘니 빨리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체 대꾸가 없다. 점점 차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치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딴 곡 해 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하면서 오히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돈 내는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친단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려. 차 시간이 없다니까……."

노인은

"유튜브나 보던지. 난 안 하겠소." 하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늦은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諦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쳐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물건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으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투다.

 

이번에는 치던 것을 숫제 치다말고 버려 놓고 태연스럽게 헤드폰 볼륨을 조절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노인은 또 치기 시작한다. 저러다가는 테크니카 액정이 다 박살날 것만 같았다. , 얼마 후에 문장 MX를 고르고 이리저리 쳐 보더니, 다 됐다고 풀콤을 친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되어 있던 풀콤이었다.

 

차를 놓치고 다음 차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本位)가 아니고 자기 본위다. 불친절(不親切)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테크니카 윗 액정을 바라보고 있다. 그 때,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이는, 그 바라보고 있는 옆 모습, 그리고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심도 조금은 덜해진 셈이다.

 

집에 와서 성과를 내놨더니, 아내는 문장 MX가 완벽하다고 야단이다. 유튜브에 뜬 거 보다 참 연구하기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면, 피버가 너무 많으면 다듬이질할 때 판정이 보정되서 퍼펙할 때 헷갈리고, 피버가 너무 없으면 피버도 칠 줄 모르는 쪼렙 취급 받기에,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 1시간 대여에 콜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오락실 가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하던 자리에 노인은 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하던 자리에 멍하니 바라 보았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쪽 테크니카의 윗 액정을 바라다보았다. 푸른 창공으로 날아갈 듯한 옥상 끝에서 웬 소녀가 앉아 있었다. , 그 때 그 노인이 오버 더 우보녀를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테크니카를 치다가 유연히 옥상 끝의 우보녀를 바라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며느리가 PSVita로 테크니카를 치고 있었다. 전에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재생시키고 테크니카 하듯이 쿵쿵 터치하던 생각이 난다. 테크니카를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사이는 뽁뽁이질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애수(哀愁)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두 달여 전, 테크니카 치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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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몽